[사상 이야기] 사대주의, 주체성 없는 부끄러운 태도인가 존립을 위한 슬기로운 지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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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야당대표가 주한중국대사 싱하이밍과 만난 사실에 대해 '중화사대주의'라고 매일같이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과거를 돌이켜보면 '사대주의'를 빼놓고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주요 키워드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사대주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순서] # 사대주의란? - 의미, 유래, 뿌리 # 한국 특유의 단어 # 주체성 없는 부끄러운 태도인가 존립을 위한 슬기로운 지혜인가? # 현대 사대주의의 의미

 

 

# 사대주의란? - 의미, 유래, 뿌리

사대주의는 한자로 事大主義입니다. 섬길 '사', 큰 '대', 주인 '주', 의리 '의'를 사용하여 글자 그대로를 뜻풀이하면 '큰 주인을 섬기는 의리'가 될 것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주체성 없이 세력이 큰 나라나, 강한 자에게 붙쫓아 복종하고 섬기며, 자신의 존립을 유지하거나 빌붙고자 하는 의식'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맹자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제 선왕이 맹자에게 "웃 나라와 교린을 맺는 데에도 도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이에 맹자가 "(도가) 있습니다. 오직 지혜로운 사람만이 작은 나라 임금으로서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하는데요. 이 대화에서 사대주의의 사대가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대주의가 기본이 된 것은 조선이 개국하면서부터입니다. 그 때 사대교린(큰 나라를 섬겨 국가의 안위를 꾀하고, 이웃 나라인 왜국 및 여진과는 대등한 입장에서 사귄다)이라는 정책을 근본으로 삼았습니다. 이 정책에 따라 중국에 대한 사대를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 올려 정규 사행과 특별 사행을 나라의 큰 행사로 여기고 시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때만 하여도 사대주의가 아니라 사대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대주의의 뿌리가 된 사대교린은 국제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보다 강한 국가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선 말기가 되면서 점차 왜곡되고 변질되었는데요. 국수주의자들이 크고 강한 국가에게만 지나친 관심을 보이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대주의는 20세기 초반에 당시의 지배층이었던 국수주의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 한국 특유의 단어

흥미로운 점은 사대주의라는 단어가 다른 나라에서는 듣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언어표현이라는 점입니다. 중국치하에 있는 다른 나라들이 있습니다. 대만이나 홍콩, 베트남 등등 말이지요. 영어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대주의를 영어로 번역하면 'flunkyism'이라고 하는데요. 이 말은 영어권 사람들이 사용할 상황이 거의 있지 않을 뿐더러 자연스럽지 못하고 억지로 번역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대주의란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것이 아닌, 특히 강대국의 무언가를 좋아하고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면 00사대주의라고 곧잘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은 매우 슬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대주의는 민족주의의 반대되는 현상인데요. 그 말은 즉,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사항이나 세계적인 사항에 있어 대외 의존적이고 사대주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올랐습니다. 예전처럼 작고 빈곤한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외교적인 입장에서 얼마든지 동등한 위치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강대국이라고 생각되는 나라의 눈치를 보기 바쁜 것이 현실입니다.

 

 

# 주체성 없는 부끄러운 태도인가
존립을 위한 슬기로운 지혜인가?

애초에 지배층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사대주의는 당연히 늘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주체성 없이, 자존감 하나 없이 배알도 좋게 강한 나라와 사람을 섬기는 지배층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와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대주의를 우리는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세계 역사를 객관적으로 전경적으로 볼 수 있는 어떤 미국의 학자는 한국의 사대주의를 대륙의 압력 아래서 자기의 생존을 유지하려는 슬기로운 지혜라고도 평하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맞는 말입니다. 사대주의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스스로 굴종하여 치욕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치욕스러움으로 얻는 것이 더 크다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사대주의를 택하는 것이 옳습니다. 실제로 중국과 힘으로 끝까지 맞서 싸우려던 고구려와 발해는 망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비위를 맞추어 최대한 전쟁을 피하려한 조선은, 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해체되기 전까지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일이 그렇지만 사대주의의 목적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에 해를 끼치면서도 사대주의를 채택하는 것은 당연히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됩니다. 하지만 나라의 이익을 위해 잠깐의 치욕과 부끄러움을 감당하기로 결심한 것이라면 존립을 위한 슬기로운 지혜가 됩니다. 사대주의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대주의를 채택하는 사람의 마음이 문제인 것입니다.

 

 

# 현대 사대주의의 의미

현대 사대주의는 중국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제는 중국보다 미국의 눈치를 가장 많이 살피는 미국 사대주의가 중화 사대주의보다 훨씬 더 팽배합니다. 중국은 최근에서야 다시 강대해졌지만 2차 세계 대전으로 극부상한 미국이 지금까지 패권국가로 군림해 왔으니까요.

 

윤석열 정부도 중국을 버리고 미국과 일본에 붙는 것을 택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을 위해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원하는 일들을 해주고 있으니까요. 그들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완벽한 사대주의입니다. 그것도 국가의 이익은 하나도 없이 주체성과 자존감만 버려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사대주의 말이지요.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좋게 만들었다지만 그로 인해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요. 잃은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 관계는 국제 외교 관계에서 하등 쓸모가 없습니다. 외교와 국제관계는 자국중심으로 객관적이고 철저해야 합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약하지 않습니다. 약소국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며 자국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는 필요없습니다. 국력이 약하고 가난했던 과거에는 사대주의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지혜가 될 때도 있었지만 힘이 강해진 지금에서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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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든 여당이든 사대주의를 외교는 물론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외교와 국제적 관계는 자신들의 이익과 위치에 따른 이득이 아니라 오직 국익에 따라 행동하고 결정하여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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