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 우리나라 신화에 여신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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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비너스)를 비롯해 지혜의 여신 아테나, 결혼과 가정의 여신 헤라 등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많은 여신이 등장합니다. 북유럽 신화에도 토르의 아내 시프와 금요일의 어원이 된 프레이야 등 많은 여신이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 신화에서도 아마테라스라는 최고의 태양의 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여신이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삼신할매'나 '설문대할망'으로 등장하지요. 이번 시간에는 우리나라 여신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서] #삼신할매와 설문대할망 그리고 마고할미 #우리나라 여신이 할머니가 된 이유 #누군가의 어머니로만 기억된 여신들 #우리나라에 여신이 없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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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북의 소리 / https://www.jb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83

 

#삼신할매와 설문대할망 그리고 마고할미

 

우리나라 신화에는 할머니들이 유독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할머니는 삼신할매입니다. 삼신할매 또는 삼신할매는 인간이 태어나도록 아이를 점지해주는 탄생신입니다. 우리나라 신 중에서 매우 익숙하고 유명한 신 중 하나이죠. 잠깐 과거로 사라지는 듯 하였으나 드라마 <도깨비>에서 등장한 이후 요즘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으면 삼신할매상을 꼭 차린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빠질 수 없는 신입니다.

 

가장 유명한 삼신할매가 있다면 제주도에는 설문대할망이 있습니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만든 신입니다. 제주도 신화에 따르면 섦룬대할망이 망망대해에 흙을 쌓아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워낙 커서 아무리 깊은 바다라도 무릎 높이밖에 차지 않았으며, 한라산을 의자나 베개 삼고 제주도를 침대 삼아 누웠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가면 설문대할망과 관련된 지역이 많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국 신화에는 마고 할미라는 창조신, 거인신이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마고할망, 마고할매, 마고 할머니, 마고선녀 등으로 불립니다.

 

중국의 마고선녀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며 한국 무속에서 창조신 위치에 있었으나 무속의 힘이 약해지고 외래 종교가 유입되면서 그 위상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지금은 무속 신앙 속 미미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한반도 곳곳에 마고 관련 전설이나 마고할미를 모시는 신당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고할미의 경우 모습이 매우 다양하여 어느 지방의 설화에서는 미녀로 등장하고 어느 지방에서는 마녀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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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신이 할머니가 된 이유

 

그런데 말입니다. 이 많은 할머니가 사실은 여신입니다. 할머니도 여자이니 여신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꼭 할머니의 모습과 이미지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여신이 할머니가 된 이유는 '할머니'가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이가 든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 뒤에 붙은 '할머니'는 '한+어머니'를 의미합니다. '한'은 크다는 의미이기에 풀이하면 큰 어머니, 모든 이들의 어머니를 의미합니다.

 

 

이토록 위대한 호칭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여신들이 나이가 든 할머니로 둔갑됩니다.

 

그 이유는 유교와 가부장적 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유교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면 안 되었습니다. 남성위주의 사회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교가 정착되면서 우리나라의 여신들은 나이가 들어 힘이 없어 보이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로 전락한 우리나라 여신들은 희화화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신격화 되어 신성시 되었던 설문대할망(설문대 큰 어머니)은 숭배의 대상이었으나 할머니로 전락한 설문대할망은 거대한 오줌을 누다 뭍에서 땅이 떨어져 나가 우도가 만들어졌다는 우스꽝스러운 설화를 만들어내게 되었습니다.

 

어떤 설화에서는 신이었던 마고할미가 인간인 남자선비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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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어머니로만 기억된 여신들

 

우리나라 여신에는 할머니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태초신화에는 웅녀라는 여신이 등장합니다.

 

하늘의 신 환인의 아들 환웅이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환웅이가 쑥과 마늘(혹은 달래)을 주며 동굴에서 100일동안 이것만 먹고 버티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호랑이는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고 100일을 버틴 곰이 여자, 웅녀가 되었습니다. 인간이 된 웅녀와 환웅이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습니다.

 

그렇게 웅녀는 환웅과 함께 단군을 낳아 왕의 어미가 됩니다. 그런데 웅녀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였던 모양입니다. 신이었던 환웅과 고조선의 태조가 되는 단군의 이야기는 몹시 많이 하는데 단군의 어머니 웅녀는 단군을 낳은 후 등장하지 않습니다. 단군을 낳기 위해서만 존재한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과거에는 여신 웅녀를 섬기는 신당이 있을 정도로 웅녀를 섬겼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어머니로만 존재하던 여신은 또 있습니다. 고구려 주몽의 어머니 유화입니다. 유화는 강의 신 하백의 딸이었습니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유화에게 반하였습니다. 중간이 이런 저런 일이 있습니다만, 끝내 유화와 혼인하여 아들 주몽을 낳습니다. 

 

지금 우리는 주몽만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과거 흔적을 찾으면 주몽과 함께 반드시 유화를 섬겼다고 합니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길림성에는 유화를 의미하는 버드나무가 곳곳에 심겨 있으며 지금도 신성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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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여신이 없어진 이유

 

 

우리나라의 여신이 누군가의 어머니로만 기억되고 여신으로 추앙되지 못한 이유는 앞서 여신들이 '할머니'가 된 이유와 동일합니다. 즉, 유교와 가부장적 사고, 남성중심의 사회 때문입니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자가 신으로 추앙받을 수 없었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뒤에서 내조를 하는 어머니의 역할만 수행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 신화 속 여신들이 남신들의 뒤에 가려지거나 '할머니'의 이미지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나라 신화 속 여신들의 본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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